세상보기

고들빼기

강물처럼~ 2012. 7. 20. 13:04

 

 

좁은 길을 넓히면서 그 우람하던 가중나무를 베어버렸다.

당당하던 가중나무 검은 줄기가 전기톱 앞에서 무기력하게 댕강댕강 잘려나갔다.

콘크리트로 싹싹 발라버려 그 나무가 섰던 자리는 흔적 없이 사라졌다.

사람이 다니던 흙길은 이제 차가 다니는 포장도로로 바뀌었다.

가중나무가 베어진 자리에선 금방 시들고 말 헛된 욕망이 자라나고 있었다.

"새 길이 나서 차가 잘 다닐 수 있으니 우리 살림살이도 나아지겠지.

장사도 더 잘될 거야. 혹시 집 값이 오르지나 않을까" 하는.....

이미 오래 전 콘크리트로 포장된 옆 골목길 구석구석엔 고들빼기가 자라나 꽃을 피우고 있다.

쓰레기봉투 옆에서 너무나 싱싱하게 꽃을 피웠다.

담장 위 틈에서도 여럿 자라 올라 꽃을 피웠다.

콘크리트 작은 틈에 어찌 그 큼직한 뿌리를 내렸을까?

그저 흙먼지 조금 가지고도 이렇게 싱싱한 꽃을 피울 수 있다니!

가중나무가 베어지는 데도 한 마디 항의조차 하지 못했던 무기력함에 돌아서서 절망하지 않았던가.

절망스러웠던 굳은 콘크리트 틈새에서 고들빼기는 자라나 희망을 꽃 피우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