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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도가니>를 어떻게 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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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물처럼~ 2011. 10. 5.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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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도가니가 흥행돌풍을 일으키자, 경찰은 재수사를 발표하고 보건복지부와 한나라당은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안 발의를 발표했다. 흥행돌풍도 뜻밖이지만, 정치권의 반응이야말로 참 새삼스럽다. 인화학교 사건은 이미 피디수첩을 통해 알려졌고, 소설도 많이 읽히지 않았던가. 무론 영상은 활자보다 직접적이고, 영화 관람은 독서보다 동시적 집단행위로 파급력이 높다. 그런데 그게 전부일까? 도가니의 흥행요인은 크게 세 층위를 지닌다. 첫째, 실화 자체의 충격성이다. 장애인시설 교장과 교직원들이 어린 학생들을 수년간 상습 성폭행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끔찍하지만, 이들이 집행유예로 풀려나 복직되었다는 사실은 공분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둘째, 소설에서 도해한 권력의 구도가 명쾌하다. 사학비리, 전관예우, 교회, 학연 등으로 얽힌 가진 자들의 연대를 선명히 부각시키며, 이 사건이 우연한 괴담이 아니라 구조적 사회악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한다. 셋째 영화화되면서 더 급진화된 관점을 갖는다. 영화는 소설과 달리 재판 후 피해자가 직접행동에 나선다. 이를 통해 영화는 선한 비장애인이 법에 호소하여 약한 장애인을 악에서 구출한다는 보수적 구도에서 장애인 스스로 가장 격렬한 저항의 주체가 되고 비장애인이 그를 추모하여 거리에서 물대포를 맞고 싸우는 진보적 구도로 나아간다. 또한 영화는 소설이 치중했던 남녀 주인공의 몫을 덜어내고, 아이들의 역할을 강화한다. 여기에 가장 보수적으로 사고하는 노모의 시선 변화까지 첨가하여, 영화는 가장 낮은 자세와 시선으로 관객에게 사건을 이해시키려는 입장을 견지한다. 또한 뚜렷한 증거까지 말소하는 검사와 술자리 장면을 넣음으로써 사법적 정의가 불가능함을 확인 사살한다. 그리고 말미에 사법적 싸움으론 졌지만 저항을 통해 주체가 변하고 희망을 품은 사람들의 연대로 게토가 형성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이러한 싸움이 견지해야 할 운동의 방향성을 제시한다. 그러나 도가니가 흥행하는 가장 큰 요인은 전후사정의 맥락에 있다. 즉 지금의 한국 사회가 영화 속 무진과 한 치도 차이가 없음을 관객 모두 공감하기 때문이다. 사학권력과 기독교단이 한 몸이 되어 방어했던 사학법 개정 그 싸움의 첨병이었던 한나라당과 보수언론, 이들이 대표하는 자본가들, 그들의 사교육 독점으로 강화된 학연, 그 정점의 사법권력 등등, 이들이 선거를 비롯한 분기점마다 노골적인 계급결계를 과시하는 것을 수차례 목도하지 않았던가. 이제 무진의 안개는 걷히고 실체는 명확해졌다. 도가니는 분노로 들끓을 일만 남았다. 분노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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