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서울 변두리에 산다.
내가 사는 집 근처에 양말 공장이 하나 있다.
그 양말 공장은 지하에 있다.
양말 공장에는 대낮에도 형광등이 환하게 켜져 있다.
밤이 늦도록 공장의 불은 꺼지지 않았다.
그 곳을 지날 때면 짜르르 짜르르...... 양말 기계 돌아가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왔다. 매미우는 소리 같았다.
양말 공장에 일하는 사람들 중에 이주노동자가 있었다. 그는 몹시 야위었고 키가 작았다. 큰 눈을 가진 그는 아주 선량해보였다.
양말 공장 앞을 지나는데 양말 공장 입구에 트럭이 하나 서 있었다.
양말 박스를 실어 나르는 트럭이었다. 이주노동자가 보였다. 야윈 어깨로 그는 양말 박스를 나르고 있었다. 양말박스는 작은 송아지만 했다. 양말 박스를 어깨에 이고 이주노동자는 비좁은 계단을 오르내리고 있었다.
그의 얼굴 가득이 땀방울이 맺혀 있었다. 무척이나 힘겨워 보였다. 트럭 옆에 앉아 있던 양말 공장주인은 박스 하나도 나르지 않았다. 암반짝 같은 궁뎅이를 땅에 뭉개고 담배만 뻐끔 뻐끔 피우고 있었다. 이주노동자가 일하는 걸 감시하는 것 같았다. 이주노동자가 땀에 젖은 얼굴을 숙이고 잠시 쪼그려 앉아 있었다. 숨을 몰아 쉬고 있는 그를 양말 공장 주인은 곱지 않은 눈으로 노려보고 있었다.
주인의 날카로운 눈초리에 쌍심지가 활활 당겨져 있었다. 슬그머니 눈치를 보던 이주노동자가 날렵한 동작으로 박스를 트럭위에 실었다. 양말 공장 가까운 곳에 조그만 슈퍼가 있다. 슈퍼 앞 아이스크림 냉장고 바로 옆에 공중전화 박스가 하나 있다. 저녁 퇴근길, 슈퍼 앞을 지날 때 그 이주노동자를 볼 수 있었다.
그는 공중 전화 박스 안에서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었다. 전화 수화기를 손에 들고 그는 울고 있었다. 얼굴 위로 흘러내리는 눈물을 그는 손등으로 닦아내고 있었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괜시리 가슴 한 구석이 아려왔다.
그와 이야기를 나눴던 사람은 누구였을까
그의 엄마였을까
형이나 동생이었을까
아니면 그의 아내였을까
아니, 어쩌면... 어쩌면...
아빠가 보고 싶다고 말하는 그의 어린 자식이었을지도 모른다.
꽃봉오리 같은 입술로 “아빠 사랑해...”라고 말하는 그의 어린 자식이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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