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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에서 사람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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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물처럼~ 2013. 12. 15.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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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일상간에 내린 눈이 그대로 꽁꽁 얼어붙었다. 눈 속에서도 몇몇 잡초들은 싱싱하게 자라고 있다. 여린잎들이 얼음 속에 박혀서도

새파랗게 살아있는 있는 것으로 보고 숙연해지고 만다. 보도 블록 옆 상가 앞 화단이 온통 애기수영으로 뒤덮여 있다. 지난 여름 내내 군락을 

이루며 붉은 꽃을 피우던 애기수영이 한겨울에도 싱싱하게 살아 있다. 

유럽이 원산지인 애기수영은 이제 난대, 온대의 전 세계에 귀화되어 살아가는 풀이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제주도와 남쪽지방에

먼저 귀화되었는데 제주도의 너른 목초지를 이 애기수영이 다 차지해 버렸다. 해마다 애기수영 꽃이 피면 목초지는 끝도 없이

너른 붉은 꽃밭으로 바뀌어 버린다. 목초지를 점령한 애기수영은 점점 북상해서 이젠 경기도에서 아주 흔하게 볼 수 있게 되었다.

키작은 애기수영이 어떻게 몇 배나 큰 오리새나 큰김의 털 같은 목초를 밀어내고 목장을 차지했는지는 아직 알려져 있지 않다.

여러해살이풀인 애기수영은 겨울에도 쉬지않고 자란다. 게다가 땅속 뿌리를 옆으로 뻗으며자라기 때문에 눈 깜짝할 사이 군락을 이루며

퍼져 나간다. 이런 애기수영의 성질이 오리새나 큰김의털을 밀어 낸 비결이 아닐까 싶다. 애기수영에는 수영처럼 수산이나 수산화칼슘일 들어

있어서 잎과 줄기에서 신맛이 난다. 그래서 시금초라고도 불린다. 맛이나 생김새가 수영과 닮았는데 그 크기가 작아서

애기수영이라 불리게 되었다. 크기는 작아도 머저 들어와서 자란 수영보다 더 빨리 퍼져 나가 이제는 수영보다 더 흔하게 볼 수 있게 되었다.

몸집이 작은 것이 잡초가 살아가는 데는 더 나은 것 일지도 모르겠다. 결국 애기수영이 자라난 상가 앞 화단에 퍼질러 앉고 만다.

사람은 안 보이고 자꾸 풀만 보이니 걱정이다. 그래도 그 풀 틈에서 사람이 보이니 그나마 다행이다. 잡초들은 개발이 있는 곳에서 살아간다.

애기수영은 이곳이 개발되어 건물이 들어서고 화단이 만들어져서 산철쭉이나 주목 따위를 심어 가꾸었기 떄문에 그곳에 들어와

살 수 있게 된 것이다. 개발이 멈추지 않는 이상 잡초의 번식을 막을 수 없다. 풀을 뽑고 제초제를 뿌려대도 소용이 없다.

풀을 없애려는 수고가 오히려 풀이 자랄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주어 더 잘 자라게 돕는 셈이 된다.

그래서 잡초는 사람이 가진 욕망의 그림자와 같은 존재다 풀에서 사람의 욕망이 보인다.

욕망의 부끄러운 그늘이 보인다. 사람의 욕망이 파헤쳐 놓은 곳에서 자라는 풀은 뽑아도 악착같이 살아가는 지긋지긋한 독풀들이다.

그러나 그 풀은 욕망이 짓밟고 간 부서진 자연을 회복시키는 치료제이기도 하다. 또 자연 파괴로 병들어가는 사람의

몸을 고치는 치료제가 되기도 한다. 실제로 애기수영에서 추출한 물질로 만들어진 아토피 화장품이 시판되고 있다.

애기수영 앞에서 그 모양을 쳐다본다. 애기수영 잎은 모양이 참 예쁘다. 이제 막 올챙이 꼬리가 사라진 새끼손톤만 한

앳된 개구리 같다. 한참동안 애기수영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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