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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인 김미화, 희망광장을 외치다 -참세상(펌)

사람들

by 강물처럼~ 2012. 3. 14.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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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화, 희망광장을 외치다

[대화] 방송인 김미화가 바란 세상..."사람이 값 비싸지는 세상"

                                                                                                                                                                        희망광장 기획단 2012.03.13 18:11

 

 

▲  김미화씨(위)와 이창근씨(아래)

 


봄인데도 날이 안 풀렸다. 겨울 잠바를 며칠 더 입으면 된다고 하지만, 이 사람들은 어쩌란 말인가? 시청광장에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을 비롯한 해고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모였다. 텐트를 몇 개 세워두었다. 그곳에서 먹고 자고 한다. 멀쩡해 보이는 사람이 이렇게 추운 날 밖에서 자는 제정신 아닌 행동을 할 때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그들이 이상한 행동을 하는 이유는 이상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이유 없이 잘렸다. 임원진은 외국에 가고 주식배당을 챙기는데 노동자들은 경영이 어렵다며 잘렸다. 불법파견직으로 고용해온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시키라는 법원 판결이 있는데도 입을 다물고 모른 척 한다. 회사에 출근하고 회사의 지시에 따라 일을 하는데 특수고용직이라는 이름을 붙이더니, 개인 사업자라고 한다. 노동자는 절대 아니라고 한다.

 

이상했다. 왜 이렇게 세상이 이상한 걸까?

 

그들은 이상하다, 잘못됐다, 를 외친다. 요상함에 항의하기 위해 시청광장에 텐트를 치고, 희망광장이라고 이름도 붙였다.


그들의 외침에 목소리를 더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제 방송인을 넘어 폴리테이너의 대명사가 된 김미화씨도 할 말이 있다. 2009년 대규모 정리해고 이후 20명의 사망자를 낸 쌍용자동차 해고자 이창근씨가 그녀의 말을 들었다. 김미화씨가 그에게, 그리고 희망광장에 전하는 이야기를 옮겨본다.

 

▲  김미화씨(위)와 이창근씨(아래)


기업이 생각을 바꿔야 할 것

“사람 값이 비싸지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어요. 우리 사회는 사람이 너무 값이 싸요.”

그녀는 ‘사람 값’을 따지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값싼 사람으로 치자면, 비정규직을 빼놓을 수가 없다.

“유종일 교수의 책을 보니, 아 이게 대안이다 했던 것이 비정규직의 급여가 오히려 비싸야 한다. 의료보험이라든지 그런 복지적 혜택이 없으니 오히려 훨씬 더 부담없이 비싼 가격으로 쓸 수 있다는 거죠. 외국 같은 곳에서는 그런다고 하거든요. 그런 것에 대해 기업이 생각이 바뀔 수가 있다면. 정규직화 될 수 있으면 너무 좋겠지만, 비정규직들은 정정당당하게 일하는 값을 받고 싶다 그런 거잖아요. 회사에서도 정정당당하게 일하는 값 주고 쓰면 될 것 같은데, 그게 사람 마음이 다 똑같지 않으니까”

 


 

비정규직 이야기가 나오면, 재작년 파격적이기 까지 했던 대법원의 불법파견 판정과 그에 비해 어떤 미동도 없는 현대자동차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


이창근 : 생산 공장을 보면 정규직 만 명이면 비정규직 이만 명 되는 수준이거든요. 최병승씨가 대법원 판결을 받았지만, 변한 것은 없죠.

 

김미화 : 그 분을 저도 인터뷰를 했는데, 너무 답답한 것이.. 법이 무슨 권고사항도 아니고. 강제해야죠. 서로 안 풀려서 사람이 목숨을 잃으면서까지 문제가 오랫동안 안 풀리고 왔다면 어려운 사람들이 법에다 기대는 것은 뭐겠어요. 법에게 해결을 해달라는 건데. 법으로 이겨도 회사에서 가타부타 말이 없어버리니까.

 

이창근 : 법이 재벌권력을 견제해야 하는 건데, 법을 안 지키는 것도 재벌이고 법을 이용하는 것도 재벌이고.

 

김미화 : 경제를 잡고 흔드는 사람들에게 권력이 넘어갔다 생각하면서, 거기에 맞춰주는 거잖아요. 저 사람들 아니면 경제가 죽는 게 아닌데. 그게 1%들에게 다 가버리는 건데. 99%와 같이 잘 살 수 있는 길은 언제쯤이나 모색을 하련지. 만약 야당으로 정권이 넘어간데도, 그들도 권력이 몇몇의 경제기업이 좌지우지 하는 시장에 있다고 생각하고 맞춰간다면 과연 다른 길을 모색할 수 있을지..


쌍용은 오래된 상처. 상처의 딱지가 떨어지면 아무는 거다.

“희망광장에 사람이 없다”

화제는 쌍용자동차 해고자 이창근씨의 고민으로 전환되었다. 99%가 같이 잘 사는 세상, 희망광장도 그리로 가기 위한 한 걸음이다. 그는 현재 희망광장을 찾는 사람들이 부족하다고 아쉬움, 아니 절박함을 토했다. 희망버스에서 희망텐트, 희망광장으로 이어지는 희망의 흐름들이 과연 지속될 수 있을 것인가가 그의 고민이다.

김미화 : 사람들이 쌍용차에 대해서 생각을 놓고 있는 게 아니에요. 도울 수 있는 방법이 눈에 보이지 않으니 생각만 하는 거지. 또 사안이 너무 많아요. FTA, 강정, 하..

 

이창근 : 사안이 사안을 덮는다고 하죠. 그만큼 벌어지는 일들이 많고, 실은 그 하나하나가 정권을 내려오게 할 정도로 심각한 것들인데.

 

김미화 : 사람들이 ‘이제 정권 말기이고 하는데 기 좀 꺾이지 않아?’ 그랬어요. 저는 아니다, 더 극악해질 거다. 지금 보이잖아요. 더 마음가짐을 독하게 가지 않으면 이길 수가 없어요. 이에는 이. 눈에는 눈. 왜 우리가 손해를 봐요? 소중한 시민이고 인권이고 주권이 있는 사람들인데. ‘건드리려면 건드려라, 삐뚤어질테다’ 이렇게 나가야 해요. 견뎌내야 하는 거예요. 다 아프죠. 쌍용은 너무 오래 아프고. 오래된 상처죠. 하지만 이것만 보면 안 되고. 우리는 딱지가 앉았으니까, 이거 떨어지면 아무는 거다. 딱지가 떼어질 때까지 해보자. 가슴열고. 멀지 않았어요. 그동안 지치지 말아 달라, 그게 저의 부탁이죠. 대단들 하신 거예요. 거기서 승리했을 때 맛보는 희열 반듯이 있을 거예요. 사람들이 다 다른 데를 보고 있는 것 같아도 마음속으로는 ‘나도 같은 비정규직인데’ ‘나는 정규직인데 저 사람들에게 미안한 것이 있는데’ 그래요. 사람들에게 선한 기운이 있잖아요. 그것만 보고 가자. 인간은 처음부터 선하다. 그 말을 드리고 싶어요.

말이 따뜻했다. 기운내자, 몇 번을 반복하는 말 속에 그녀의 애정이 보였다. 쌍용차만을 향한 애정은 아니다. 이 추운 시기 자신의 값어치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목소리를 내고 싸우는 사람들을 향한 애정일 것이다.

그녀와의 대화가 끝나고, 희망광장에 들렸다. 시청 앞 바람은 여전했다. 그녀의 말대로 지치지 않기 위해, 견뎌내기 위해, 계속 피를 흘리지 않고 딱지가 생기도록 하기 위해, 희망광장에는 몸을 웅크린 채 바람을 견뎌내는 사람들이 있었다. 작은 소식을 전하면, 이날 사람들은 그 바람을 맞으며 3시간 동안 희망광장 왁자지껄 토론회를 했다. 춥다 인상 쓰는 사람 하나 없고, 마지막에는 율동으로 몸까지 풀었으니, 그들은 상처에 아주 작은 딱지 하나가 더 해졌을 것이다.

 

기록 : 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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