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이유 없이 잘렸다. 임원진은 외국에 가고 주식배당을 챙기는데 노동자들은 경영이 어렵다며 잘렸다. 불법파견직으로 고용해온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시키라는 법원 판결이 있는데도 입을 다물고 모른 척 한다. 회사에 출근하고 회사의 지시에 따라 일을 하는데 특수고용직이라는 이름을 붙이더니, 개인 사업자라고 한다. 노동자는 절대 아니라고 한다.
이상했다. 왜 이렇게 세상이 이상한 걸까?
그들은 이상하다, 잘못됐다, 를 외친다. 요상함에 항의하기 위해 시청광장에 텐트를 치고, 희망광장이라고 이름도 붙였다.
그들의 외침에 목소리를 더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제 방송인을 넘어 폴리테이너의 대명사가 된 김미화씨도 할 말이 있다. 2009년 대규모 정리해고 이후 20명의 사망자를 낸 쌍용자동차 해고자 이창근씨가 그녀의 말을 들었다. 김미화씨가 그에게, 그리고 희망광장에 전하는 이야기를 옮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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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미화씨(위)와 이창근씨(아래) |
기업이 생각을 바꿔야 할 것
“사람 값이 비싸지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어요. 우리 사회는 사람이 너무 값이 싸요.”
그녀는 ‘사람 값’을 따지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값싼 사람으로 치자면, 비정규직을 빼놓을 수가 없다.
“유종일 교수의 책을 보니, 아 이게 대안이다 했던 것이 비정규직의 급여가 오히려 비싸야 한다. 의료보험이라든지 그런 복지적 혜택이 없으니 오히려 훨씬 더 부담없이 비싼 가격으로 쓸 수 있다는 거죠. 외국 같은 곳에서는 그런다고 하거든요. 그런 것에 대해 기업이 생각이 바뀔 수가 있다면. 정규직화 될 수 있으면 너무 좋겠지만, 비정규직들은 정정당당하게 일하는 값을 받고 싶다 그런 거잖아요. 회사에서도 정정당당하게 일하는 값 주고 쓰면 될 것 같은데, 그게 사람 마음이 다 똑같지 않으니까”
비정규직 이야기가 나오면, 재작년 파격적이기 까지 했던 대법원의 불법파견 판정과 그에 비해 어떤 미동도 없는 현대자동차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
이창근 : 생산 공장을 보면 정규직 만 명이면 비정규직 이만 명 되는 수준이거든요. 최병승씨가 대법원 판결을 받았지만, 변한 것은 없죠.
김미화 : 그 분을 저도 인터뷰를 했는데, 너무 답답한 것이.. 법이 무슨 권고사항도 아니고. 강제해야죠. 서로 안 풀려서 사람이 목숨을 잃으면서까지 문제가 오랫동안 안 풀리고 왔다면 어려운 사람들이 법에다 기대는 것은 뭐겠어요. 법에게 해결을 해달라는 건데. 법으로 이겨도 회사에서 가타부타 말이 없어버리니까.
이창근 : 법이 재벌권력을 견제해야 하는 건데, 법을 안 지키는 것도 재벌이고 법을 이용하는 것도 재벌이고.
김미화 : 경제를 잡고 흔드는 사람들에게 권력이 넘어갔다 생각하면서, 거기에 맞춰주는 거잖아요. 저 사람들 아니면 경제가 죽는 게 아닌데. 그게 1%들에게 다 가버리는 건데. 99%와 같이 잘 살 수 있는 길은 언제쯤이나 모색을 하련지. 만약 야당으로 정권이 넘어간데도, 그들도 권력이 몇몇의 경제기업이 좌지우지 하는 시장에 있다고 생각하고 맞춰간다면 과연 다른 길을 모색할 수 있을지..
쌍용은 오래된 상처. 상처의 딱지가 떨어지면 아무는 거다.
“희망광장에 사람이 없다”
화제는 쌍용자동차 해고자 이창근씨의 고민으로 전환되었다. 99%가 같이 잘 사는 세상, 희망광장도 그리로 가기 위한 한 걸음이다. 그는 현재 희망광장을 찾는 사람들이 부족하다고 아쉬움, 아니 절박함을 토했다. 희망버스에서 희망텐트, 희망광장으로 이어지는 희망의 흐름들이 과연 지속될 수 있을 것인가가 그의 고민이다.
김미화 : 사람들이 쌍용차에 대해서 생각을 놓고 있는 게 아니에요. 도울 수 있는 방법이 눈에 보이지 않으니 생각만 하는 거지. 또 사안이 너무 많아요. FTA, 강정, 하..
이창근 : 사안이 사안을 덮는다고 하죠. 그만큼 벌어지는 일들이 많고, 실은 그 하나하나가 정권을 내려오게 할 정도로 심각한 것들인데.
김미화 : 사람들이 ‘이제 정권 말기이고 하는데 기 좀 꺾이지 않아?’ 그랬어요. 저는 아니다, 더 극악해질 거다. 지금 보이잖아요. 더 마음가짐을 독하게 가지 않으면 이길 수가 없어요. 이에는 이. 눈에는 눈. 왜 우리가 손해를 봐요? 소중한 시민이고 인권이고 주권이 있는 사람들인데. ‘건드리려면 건드려라, 삐뚤어질테다’ 이렇게 나가야 해요. 견뎌내야 하는 거예요. 다 아프죠. 쌍용은 너무 오래 아프고. 오래된 상처죠. 하지만 이것만 보면 안 되고. 우리는 딱지가 앉았으니까, 이거 떨어지면 아무는 거다. 딱지가 떼어질 때까지 해보자. 가슴열고. 멀지 않았어요. 그동안 지치지 말아 달라, 그게 저의 부탁이죠. 대단들 하신 거예요. 거기서 승리했을 때 맛보는 희열 반듯이 있을 거예요. 사람들이 다 다른 데를 보고 있는 것 같아도 마음속으로는 ‘나도 같은 비정규직인데’ ‘나는 정규직인데 저 사람들에게 미안한 것이 있는데’ 그래요. 사람들에게 선한 기운이 있잖아요. 그것만 보고 가자. 인간은 처음부터 선하다. 그 말을 드리고 싶어요.
말이 따뜻했다. 기운내자, 몇 번을 반복하는 말 속에 그녀의 애정이 보였다. 쌍용차만을 향한 애정은 아니다. 이 추운 시기 자신의 값어치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목소리를 내고 싸우는 사람들을 향한 애정일 것이다.
그녀와의 대화가 끝나고, 희망광장에 들렸다. 시청 앞 바람은 여전했다. 그녀의 말대로 지치지 않기 위해, 견뎌내기 위해, 계속 피를 흘리지 않고 딱지가 생기도록 하기 위해, 희망광장에는 몸을 웅크린 채 바람을 견뎌내는 사람들이 있었다. 작은 소식을 전하면, 이날 사람들은 그 바람을 맞으며 3시간 동안 희망광장 왁자지껄 토론회를 했다. 춥다 인상 쓰는 사람 하나 없고, 마지막에는 율동으로 몸까지 풀었으니, 그들은 상처에 아주 작은 딱지 하나가 더 해졌을 것이다.
기록 : 희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