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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이라는 동네.

세상보기

by 강물처럼~ 2010. 9. 27.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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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모처럼 경복궁 근처에 일보러 갔다가 버스를 타고 서울역까지 가면서 오랜만에 차창 밖 구경을 하였다. 우선 눈에 띈 것은 거대한 새롭게 복원된 광화문과 광장의 모습이었다.

 

이어 거대한 세종대왕의 좌상이 나타났다. 황금빛으로 빛나는 대왕은 이순신 장군의 뒤통수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거대한 세종대왕에 비해 상대적으로 왜소하고 초라하게 보이는 이순신 장군은 물끄러미 유리상자 속에 쌓아올린 시커먼 고철덩어리를 응시하고 있었다. 나는 한참만에야 그것이 백남준의 비디오 아트를 보여주기 위한 비디오 수상기와 기계장치들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이제 버스는 광화문 네거리를 지나가는 중이었다. 멀리 청계천 광장 쪽에서 나의 시선을 확 끌어당기는 기묘한 물체가 나타났다. 나선 달팽이 모양의 그 조형물은 말로만 듣던 올덴버그의 ‘스프링’이라는 작품이었다. 그 작품은 엉뚱하고 도발적이라는 점이 인상적일 뿐, 주변의 경관이나 시각적 맥락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광화문 광장의 세종대왕 좌상, 이순신 장군 동상, 백남준의 비디오 기계는 도대체 무슨 문화적 맥락과 역사적 연관성을 가지고 있는 걸까? 광장과 분수, 역사조형물, 시각예술을 나란히 배치한 것은 퍼스트모더니즘의 혼성모방 기법인가? 아니면 우리도 이만큼 잘 살고 있다는 것을 과시하기 위한 천박한 키치문화의 시각적 표현인가?

 

 

그런데도 사람들은 “하늘에 조각구름 떠 있고 강물엔 유람선이 떠 있고/ 저마다 누려야 할 행복이 언제나 자유로운 곳”, 그곳이 바로 대한민국이라고 그들은 외치고 있었다.

 

허기야 우리는 30년 만에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 건너뛰면서, 봉건적 유산과 서구적 가치가 뒤섞여 있는 혼성문화의 시대를 살고 있지 않은가. 그러기에 세계 20대 선진국의 하나임을 자랑하면서도, 6백 년 전의 경국대전을 근거로 서울이 대한민국(조선이 아니다)의 수도임은 관습헌법이라는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나오는가하면, 자기들의 마음에 들지 않는 판결을 내렸다고 정치인과 언론, 극우단체가 판사들에게 폭력과 협박을 일삼고 있지 않은가. 나는 버스에서 내리면서 결국 세종로의 기괴한 시각적 조형물들은 대한민국 문화의 시각적 표현임을 깨달았다.

 

 

우린 여기 함께 살고 있지 않나

거짓 민주, 자유의 구호가 넘쳐흐르는 이 땅

고단한 민중의 역사

군림하는 자들의 배 부른 노래와 피의 채찍 아래

마른 무릎을 꺾고

우린 너무도 질기게 참고 살아왔지

우린 너무 오래 참고 살아왔어

아~ 대한민국 아~ 저들의 공화국

아~ 대한민국 아~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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