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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한 고용선진화인가? - 건설노조기관지에 쓴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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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물처럼~ 2011. 2. 22.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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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선진화 정책(직업안정법 개정) - 누구를 위한 고용선진화인가?

우리는 정말 이상한 나라에 살고 있다. 날이 갈수록 비정규직노동자의 수가 늘어가고, 사용자들의 온갖 불법과 노동자 탄압이 벌어지고 있는데도 책임을 지는 사람은 찾아볼 수 조차 없다.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노동자에 대한 대법원의 불법파견 판결이 있었지만, 불법파견 문제를 해결하기위한 정부와 자본의 실질적인 노력은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노동부의 명칭을 ‘고용노동부’로 바꾸고 주요한 임무인 노사관계 해결은 손 놓은 체, 일자리 늘이기만을 외쳐대고 있다. 일자리 늘이는 것이야 환영할 일이지만, 정작 그 일자리가 어떤 일자리인가에 대해서는 전혀 고민하지 않고 있다.

 

이명박식 일자리는 모든 노동자의 비정규직화

이명박 정부와 노동부는 작년 하반기 국가고용전략 2020을 발표했고 이를 고용서비스활성화법이라는 이름으로 입법예고했다. 기존에 있던 직업안정법을 전면 개정하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발표한 국가고용전략2020의 핵심적인 내용을 살펴보면▲근로시간 유연화 : 탄력적 근로시간제 확대(3개월 ->1년) ▲파견업종 조정(확대) ▲기간제 사용기간 예외확대 ▲시간제 일자리 확대 ▲근로시간 단축형 임금피크제 도입 ▲민간인력중개산업의 시장화(유료직업소개업 및 파견업을 복합고용서비스업으로 대형화) 등이다. 한마디로 비정규직 백화점 수준인 것이다. 현행법은 직업안정법을 노동자의 직업안정을 위해 정부가 고용대책을 마련하고, 노동자와 사용자 사이에 제3자가 개입하여 중간착취를 하지 못하도록 노동력 중개행위를 규율하기 위한 법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쉽게 말해서 직업소개소라는 명목으로 인력회사를 차려놓고 소개수수료 명목으로 노동자의 임금을 착취하는 것을 그나마 법으로 규제하고 있던 것이다. 그런데 이제 이것을 고용선진화라는 이름으로 규제를 풀고 유료직업소개업 및 파견업을 ‘복합고용서비스업이라는 형태로 대형화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바꿔 말하자면 민간고용알선기관들이 이윤을 창출하여 대형화할 수 있도록 파견시장을 확대하고 각종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 일자리 늘이기로 둔갑하는 셈인 것이다. 지금도 파견업체의 대부분이 사용사업주가 파견노동자를 사용하는 기간 동안만 파견노동자와의 근로관계를 유지하는 사실상 유료직업소개소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파견대상업무가 대폭 확대된다면, 사람을 일회용품처럼 사고 팔면서 노동법상 책임은 아무도 지지 않는 노예노동만 양산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사실이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직업안정법 전면개정안은 소개수수료를 노동자에게 받는지, 사용자에게 받는지 불명확한 상태에서 사용자에게 받는 수수료 상한을 폐지해 자율화시킴으로서 결국 노동자들의 임금을 합법적으로 착취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다.

 

죽어라 일만 시키고 돈은 덜 주겠다는 속셈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기간제 문제를 보자. ‘기간제근로자 사용기간 규제의 예외대상을 업종·규모별 실태 등을 반영하여 현실성 있게 조정’하겠다고 하는데, 결국 별다른 규제 없이 마음 놓고 비정규직을 쓰겠다는 말이다. 단시간근로에 대해서는 2011년에 ‘시간제 근로자 수요 촉진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적극 늘릴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그이유가 시간제 근로가 ‘선진국에 비해 현저히 적어서’란다. 좋은 것을 닮지는 못할망정, 나쁜 것만 고스란히 배껴 오는 꼴이다.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단위기간을 3개월에서 1년으로 확대한다는 것도 심각한 독소조항이다. 탄력적 근로시간제란 기업이 경영여건/수주량 변화/ 업무량 변 등에 대체하기 위해 기준근로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용해 근로시간의 연장을 가능케 하는 제도이다. 이에 대해 통상 초과근로시간에 대해선 연장 근로수당을 지급하지 않는다. 이것을 3개월에서 1년으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시쳇말로 뼈 빠지게 부려먹고 돈은 제대로 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또한 새롭게 등장하는 복합고용서비스업을 통해 기업의 전반적인 인적관리 업무가 완전히 외주화되는 것도 심각한 문제다. 결국 원청에서 노동자를 관리감독하고 작업지시 등을 다하면서도 복합고용서비스업체를 통해 인력을 공급받았다는 이유만으로 법적인 책임은 교묘하게 피해가게 된 것이다. 이미 우리사회는 비정규직노동자의 숫자가 1천만을 넘어가고 있으며 이들의 평균임금은 125만원 정도에 불과하다. 상황이 이런데도 오히려 정부는 비정규직을 더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국가고용전략 2020의 핵심은 정부에서 담당해야할 고용대책이나 직업안정 등의 업무를 노동유연화와 시장자율화라는 이름으로 민간으로 넘기면서 비정규직을 대량양산하고 이에 대한 책임은 전혀 지지 않겠다는 것이다.

 

미친 법에는 투쟁이 약이다.

만약 직업안정법전면 개정안이 이대로 국회를 통과하여 시행된다면 상황은 불을 보듯 뻔하다. 거리에는 비정규직 넘쳐나고, 불을 쫓는 불나방처럼 하루하루 일거릴 찾아 떠돌며 저임금 장시간 노동에 말도 못하고 울며 겨자먹기로 살아가는 삶이 반복될 것이다. 결코 이렇게 되어서는 않된다. 어렵고 힘들더라도 상시업무의 직접고용원칙 확립, 불법파견근절, 원청 사용자성 확대,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자성 인정 등을 통해 노동자들의 권리를 찾아야 한다. 말로 해서 않된다면 투쟁으로 쟁취해야 할 것이다. 미친 개는 몽둥이가 약이라는 말이 있다. 자본의 이익만을 위해 노동자의 생존을 말살하려 든다면 몽둥이로 두드려 패서라도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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