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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이 만들어 준 최고의 선물

길, 떠남, 회상, 그리고...

by 강물처럼~ 2013. 2. 20.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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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아리 출사 중 골목길 화단 모퉁이에서 쑥을 보다.

 

 

자연이 만들어 준 최고의 선물

 

 

아직은 날씨가 전혀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여기저기서 서서히 봄의 기운이 느껴진다. 며칠 전 사진을 찍기 위해 돌아다니다 골목 한쪽 귀퉁이에서 자라고 있는 쑥을 보았다. 혹독한 겨울을 견디고 봄에 돋아는 쑥은 약이 된다. 이른 봄에 나오는 여린 쑥을 된장을 풀어서 같이 끓인 구수한 쑥국은 한 끼 식사로 전혀 손색이 없다.

 

쑥은 이름처럼 쑥쑥 자란다. 쑥 새싹은 옆으로 뻗어나가는 땅속줄기 군데군데서 자라나온다. 그러니 쑥 새싹은 한두 개 띄엄띄엄 자라는 게 아니라 땅속줄기에서 한꺼번에 수북이 무리지어 자라 올라와 눈 깜짝할 사이 쑥밭을 이루는 것이다. 꼭 시골에서 자라지 않았어도 누구나 한 번쯤은 쑥을 뜯어 먹어 보았을 것이다. 손수 해 보지 않았어도 쑥국이나 쑥떡을 먹어 보지 않은 사람을 없을 게다.

 

사람 사는 곳 가까이서 자라는 쑥은 단군신화에도 등장하는 예부터 들나물 가운데 가장 많이 먹어왔고 또 가장 널리 약재로 쓰여 왔던 풀이다. 바로 뜯어다 된장을 풀어 쑥국을 끓여먹고, 죽을 쑤어 먹고, 밥에 넣어 먹고, 쑥버무리를 해서 먹고, 차로도 마셨다. 소꼴을 베다 낫에 베이기라도 하면 쑥을 찧어 붙이고, 코피가 나면 콧속에 넣어 피를 멎게 하기도 했다. 말려서 뜸을 뜨고 달여서 마시가도 하는 쑥은 그야말로 가정상비약이었다. 그러니 변변한 약이 없던 실절 약효가 가장 좋다는 단오 무렵 너도 나도 쑥을 뜯어 널어 말렸다. 한여름엔 허리까지 자라난 쑥대를 베어다 모깃불을 피워 모기를 쫓았고, 재래식 화장실에 두어 냄새를 없애기도 했다.

 

유럽이 원산지인 쑥은 아주 오래 전,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예부터 인간 역사와 함께 해온 것이다. 그러기에 그리스 신화에서부터 아메리카 원주민의 전승에 이르기까지 쑥은 곳곳에서 그 모습을 나타낸다. 흔히 잡초라고 불리는 풀들은 대개 농경이 시작되고 농작물이 들어올 때 섞여 와서 농사짓는 둘레에 자리 잡고 농작물 생활 주기에 적응해가며 살아왔다.

 

농사 역사는 어쩌면 잡초와의 싸움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다. 베어내고 뽑아내도 잡초는 억척스럽게 자라난다. 농사꾼은 잡초와 싸우면서 잡초를 다룰 줄 알게 되었다. 풀을 베어 퇴비를 만들고 그것으로 땅을 기름지게 했다. 또 풀을 베어 집짐승을 먹여 키웠다. 하지만 이제는 이렇게 농사짓지 않는다. 제초제를 뿌려 잡초를 제거한다. 독한 제초제를 뿌려대도 잡초는 내성을 키워 다시 자라 올라온다. 제초제까지 동원한 이 무모한 싸움에서 농사꾼이 얻는 것은 없다. 땅을 죽이고, 몸을 망가뜨리고, 제초제를 만드는 자본을 살찌울 뿐이다.

 

잡초마저 자라지 않는 땅은 죽은 땅이다. 그곳은 아무것도 살 수 없는 사막이다. 망가진 자연은 스스로 치유하는데, 회복해가는 과정에서 처음 그 역할을 하는 것이 잡초들이다. 버려진 밭이나 폐허가 된 곳에서 망초 따위 한해살이 잡초 밭이 되었다가 여러해살이 쑥 따위가 들어와 망초를 밀어내고 자라나서 쑥대밭으로 자라고 이어 큰 키 나무가 자리 잡으면서 숲으로 되어간다. 양지식물인 잡초는 나무에 가려 햇볕이 들지 않는 숲 속에서는 잘 자라지 못한다. 잡초는 가꾸지 않아도 얻어지는 좋은 먹을거리이다. 특히 봄나물은 무기질과 비타민이 풍부해서 면역력을 키워주고 감기도 예방할 수 있는 좋은 약이기도 하다. 달리 보면 잡초는 자연이 사람한테 베풀어 준 최고의 선물인 것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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