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여친과 호암 미술관을 거닐었습니다.
산책중 만난 산수유 열매의 붉은 빛이 마음을 사로 잡더군요^^
불현듯 예전 학창시절에 배웠던 시가 떠올랐습니다.
성탄제 /김종길
어두운 방 안엔
바알간 숯불이 피고,
외로이 늙으신 할머니가
애처로이 잦아드는 어린 못숨을 지키고 계시었다.
이윽고 눈 속을 아버지가 약을 가지고 돌아오시었다.
아. 아버지가 눈을 헤치고 따오신
그 붉은 산수유 열매
나는 한마리 어린 짐승,
젊은 아버지의 서느런 옷자락에
열로 상기한 볼을 말없이 부비는 것이었다.
이따금 뒷문을 눈이 치고 있었다.
그 날 밤이 어쩌면 성탄제의 밤이었을지도 모른다.
어느 새 나도
그 때의 아버지 만큼 나이를 먹었다.
옛 것이라곤 찾아볼 길 없는
성탄제 가까운 도시에는
이제 반가운 그 옛날의 것이 내리는데,
서로운 서른살, 나의 이마에
불현듯 아버지의 서느런 옷자락을 느끼는 것은,
눈 속에 따 오신 산수유 붉은 알알이
아직도 내 혈액 속에 녹아 흐르느 까닭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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