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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영 “쌍용차 관리자들, 노동자들에게 의자놀이 강제” - 펌(경향신문)

사람들

by 강물처럼~ 2012. 8. 13.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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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르포르타주집 ‘의자놀이’ 내

소설가 공지영씨(49·사진)가 작가가 된 지 24년 만에 처음으로 르포르타주를 냈다. 공 작가의 펜끝이 향한 곳은 77일간의 파업과 22명의 죽음을 낳은 ‘쌍용자동차’다.

6일 출간된 책 제목은 <의자놀이>(휴머니스트). 사람 수보다 적은 의자를 가져다놓고 노래가 멈춘 순간 재빨리 의자를 차지하는 놀이처럼, 쌍용자동차 관리자들이 노동자들에게 이 ‘의자놀이’를 강제하고 있다는 뜻에서 제목을 붙였다. 서울 정동 한 식당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공 작가는 “<도가니>의 장애아 성폭행 문제와 마찬가지로 쌍용자동차 문제에도 상류층의 ‘침묵의 카르텔’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10대의 두 남매, 4만원의 통장 잔액, 150만원의 카드빚 청구서를 남긴 채 13번째 희생자가 된 노동자의 사연을 접한 뒤 공 작가는 르포를 쓰기로 마음먹었다. 구상해둔 5권의 소설이 있는데다 사랑 이야기를 쓰고 싶은 그였지만 “이 감정을 쓸어내지 않으면 아무것도 쓸 수 없다”는 마음이 들었다. 1970년대에는 전태일 한 명의 분신으로 수많은 사람이 각성했지만, 지금은 전태일 100명이 죽어도 보도조차 되지 않을 듯한 끔찍한 사회를 고발하고 싶었다.

 

<의자놀이>에서 공 작가가 특히 비판적으로 보는 집단은 대형 회계법인이다. 지연, 학연으로 긴밀하게 엮인 몇 군데의 대형 회계법인들이 쌍용자동차의 위기를 과장해 정리해고의 근거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공 작가는 “대형 회계법인들이 저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길 바란다. 그래서 이 문제가 사회에서 여론화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공 작가는 쌍용차 노동자들이 “바보같다”고 말했다. 옥쇄 파업을 벌이던 그때도 요즘처럼 무더위가 이어졌고 20일 넘게 비가 내리지 않았다. 경찰은 기다렸다는 듯 단전·단수를 실시했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공장에 있던 작은 발전기를 물을 긷거나 불을 밝히는 데 쓰지 않았다. 오히려 차량 도장용 페인트를 굳게 하지 않는 데 사용했다. 파업 종료 6일 만에 차를 생산할 수 있었던 것도 노동자들의 이 같은 행동 덕분이었다. 노동자들은 공 작가에게 말했다. “우리는 파괴하기 위해 싸운 것이 아니고 일하기 위해 싸웠다.” 공 작가는 이 대목을 전하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집필은 쉽지 않았다. 세상을 뜬 22명 노동자의 귀신이 작가에게 달라붙어 있는 것 같았다. 공 작가는 “수도원에서 사온 초를 다 태우고, 가톨릭 성가를 틀어놓기도 했다”고 말했다. 옥쇄 파업을 하던 노동자들에게 감정이입을 하다보니 ‘초각성 상태’에 빠진 적도 있다. 3일간 깨어 하품 한 번 안 하고 글을 쓰기도 했다.

금속노동자와 그들의 가족들은 감정을 표현하는 데 서툴렀다. 한상균 전 쌍용차 지부장의 아내는 3시간여의 인터뷰 내내 울기만 했다. 공 작가는 “그들의 얼굴, 표정을 보면 감이 오는데 문자로 써놓고 보니까 아무것도 아닌 듯 보이기도 했다”며 작업의 어려움을 전했다.

“원고료를 받지 않으면 일기도 쓰지 못할 정도로 노회”하다고 말하는 공 작가지만, <의자놀이>의 인세는 전액 쌍용차 노동자를 위해 기부한다. 출판사도 수익금을 가져가지 않는다. 공 작가는 “<의자놀이>는 100여명의 헌신과 희생에 의해 출간됐다. 난 그들의 노력을 정리한 사람에 불과하기에 내 이름으로 책이 나와서 영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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