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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출사지]영등포 쪽방촌 벽화골목, 벽화에 가려진 도시의 뒷그늘

길, 떠남, 회상, 그리고...

by 강물처럼~ 2013. 1. 23. 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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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영등포역 인근의 쪽방촌을 찾았습니다.

쪽방 300여 개가 골목을 따라 미로처럼 자리하고 있는 곳입니다.

서울에서 주거환경이 가장 열악한 지역으로 알려져 있죠.

이곳이 지난 2012년 5월, 서울시의 프로젝트사업으로 벽화골목이 조성되었습니다.

항상 지나다니던 길 바로 인근인데도 무심코 지나치다 이제서야 발길을 옮겨 봅니다.

포스팅을 하기 위해 인터넷에서 자료 검색을 하다 영등포 벽화골목 홍보 동영상을 발견했습니다.

참고삼아 같이 올려봅니다.

 

 

쪽방촌에 자리하고 있는 요셉의원 주차장 건물의 벽화입니다. 요셉의원은 개원한지 25년째라고 합니다.

붉은색 3층 벽돌건물인 이곳은 행려병자, 노숙인등 의료혜택을 받을 수 없는 이들을 위한 무료 자선병원이랍니다.

 

 

 

 

영등포역 6번 출구에서 옆으로난 길을 따라서 파출소를 지나면 벽화 골목이 시작됩니다.

벽화골목 초입에서 만난 벽화입니다.

 

 

바로 옆에 광야교회가 있어서인지 초입은 기독교에 관련된 벽화로 장식이 되어 있었습니다.

 

영등포 쪽방촌 벽화그리기는 서울시 '천만상상 오아시스' 프로젝트에 젊은 미술인들의 모임인

'핑퐁아트'가 제안하고, 서울시에서 '좋은 정책 제안으로 선정'하여 실행에 옮기게 되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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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모아서 파이로 한번 구성해봤습니다. 처음해보는 시도인데 나름 재밌네요.

쪽방촌골목을 돌아나와, 캔커피와 담배를 사기 위해 근처 편의점에 들렀죠.

편의점 내부를 둘러보다 특이한 장면을 목격했습니다. 

냉장고에 오직 한 종류의 소주 참이슬 클래식(알코올 함량 20.1%)만 진열되어 있더군요.

19%대의 알코올 함량이 낮은 소주는 보이질 않았습니다.

궁금해서 계산을 하면서 편의점 직원분께 물어봤죠.

그랬더니 직원분께서 "손님들이 주로 노숙인들인데 비교적 독한 참이슬 클래식만을 찾는다"며

"알코올 19%대의 순한 소주는 팔리질 않아 갖다놓지 않는다"고 말하더군요.

그 말은 듣는 순간 왠지 안타깝고 씁쓸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요즘은 벽화그리가 대세인 것 같습니다.

영등포 쪽방촌 벽화도 젊은 미술인들의 모임인 핑퐁아트의 제안과 서울시의 지원으로 탄생하게 되었다죠.

벽화 그리기는 젊은 미술가들이 활동영역을 넓히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시작된 걸로 알고 있습니다.

80년대 활발하던 민중예술이 정체기를 거쳐 실생활에 적응되는 과정에서

벽화 그리기가 필연적인 작업으로 나타났다는 평도 있습니다.

미술이 실체적 삶을 외면하지 않고 생활 속으로 들어가기 위해 마을벽화운동은 필연적인 귀결이라는 것이죠.

 

다시 사람만이 희망이다. 이 골목에선 왠지 이 싯구가 어색하고 낯설게만 느껴지네요.

 

300여개의 쪽방이 다닥다닥 붙어 마치 미로 처럼 얽혀 있는 곳, 그 곳 골목골목 사이에 벽화가 그려져 있습니다.

 

 

 

 

골목을 다니며 사진을 찍는 저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다소 부담스러웠습니다.

어디에 그림이 있노라고 알려주는 분도 계셨지만 대다수의 분들은 곱지 않은 눈길로 쳐다보시더군요.

카메라가 향하지도 않았는데 자리를 옮기거나 찍지말라고 언성을 높이는 분도 계셨습니다.

이곳의 벽화가 왠지 어색하고 붕 떠 있는 느낌과 맞물려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이 그림의 주인공은 실제로 이곳에 살고 계신 주민입니다.

 

 

 

 

 

 

 

 

영등포역 바로 옆이라 그런지 기차를 형상화한 벽화들이 꽤 눈에 띕니다.

 

 

 

 

이곳의 고단한 삶은 사람들 마음속 한 조각의 여유조차 빼앗아버린 것 같습니다.

그런 때 삶의 현장을 채색하고 못다 꾼 꿈으로 마을을 채워주는 벽화 그리기는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겠죠.

영등포 쪽방촌 마을벽화가 더 가난한 이들의 삶에 다가가기를 기대하는 까닭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겨울을 견디는 건 쪽방촌 사람들에겐 큰일입니다.

이들이 봄을 맞으려면 굽이굽이 힘든 고개를 넘어야겠죠.

이번 겨울은 어느 해보다도 추위가 매섭기만 합니다.

꿈을 잃은 사람들의 겨울나기가 어떠할지 도무지 가늠할 수가 없습니다.

몇일 포근하다 ‘다시 강추위가 예상된다’는 뉴스가 야속하게만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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