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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자동 이발사

사람들

by 강물처럼~ 2010. 10. 3.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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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자동 이발사 - 2007년 대선 무렵 화물노동자신문에 기고한 글

 

어느덧 다시 대선 철이 돌아왔다. 다양한 후보들이 각기 자기가 적임이라 주장을 하고 있다. 그 중에는 6,70년대 개발독재의 상징이었던 박정희를 연상시키는 인물도 있다. 그리고 이 양반(?)은 묘하게 박정희 흉내를 내면서 보수층의 향수를 자극하고 있다. 이럴 때 우연찮게 효자동 이발사라는 영화를 다시 보게 되었다. 일상생활을 함에 있어서 나는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가라는 생각을 해본다. 부정하고 싶지만 아버지라는 존재, 직장의 상급자, 선배 등... 알게 모르게 사람들 사이에는 권력이라는 말이 실재하는 것 같다.

 

이 영화에서 주인공을 이발사로 설정한 것은 그래서 더욱 의미가 있을 것이다. 사람들의 편의를 봐가며 이발과 면도를 하고 머리를 감기는 직업은 그야말로 다른 사람의 눈치를 봐야하는 위치인 것이다. 이발사인 주인공도 역시 일상생활의 권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부정선거에 동참하자는 마을아저씨의 유혹에 싫다는 말을 하게 될 경우 왕따가 될 것을 우려하여 그것이 어떤 일인지도 모르고 참여하게 된다는 것이나 자신의 아들이 '깎새 아들' 이라고 놀림 받았을 때 당당히 맞서지 못하고 오히려 연탄장수에게 굴욕스런 행동을 보이는 것 등이 그 예일 것이다.

 

그런 그에게 '차지철'로 설정된 인물이 다가오게 되고 청와대에 들어가게 된다. 여기서 동네에서의 권력은 역전된다. 그가 청와대에서 일하고 있음이 알려지자 마을 사람들이 청탁을 하게 되고 그의 눈치를 보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이제 새로운 권력에 예속되게 된다. 박정희라는 인물, 차지철이라는 인물이 바로 그 앞에 다가온 새로운 권력이다. 그 권력은 이전까지 보아왔던 어느 권력보다도 막강하여 전제군주와 내시의 관계로 비유할 수 있을 정도의 상황이 되는 것이다. 효자동의 어원이 옛 조선시대에 내시들이 모여 살던 화자동에서 비롯되었다고 하니 그리 틀린 비유는 아닐 것이다.

 

물론 청와대에도 권력의 분배를 놓고 치열한 갈등이 벌어진다. 차지철과 김재규의 갈등이 바로 그것이다. '청와대에서 기수 따지는 것 봤습니까?' 라는 차지철의 말은 바로 권력을 둘러싼 갈등을 말하는 것이다. 또한 영화 속에서 박정희라는 인물이 권력에는 관심이 없는 인물로 그려지고 있는 것은 이 영화의 숨은 의도가 무엇인지 의심케 하기에 충분하다. 박정희라는 인물이 차지철이라는 악인에 의해 가려진다거나 주인공에게 그리 권위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는 점, 주인공이 자신의 아들을 위해 박정희 초상화의 눈을 파내고 눈물을 흘리는 점, 박정희의 시신을 실은 차가 잠시 멈추었다는 점 등은 바로 박정희를 미화하려는 의도가 충분히 엿보이는 장면 들이다.

 

그 때 그 시절을 산 사람들에게 권력의 핵심은 바로 박정희라는 인물로 대변될 수 있지, 차지철이라는 인물로 대변될 수 없다. 유신을 단행하여 영구집권을 노렸던 독재자 박정희는 오간데 없고 온화하게만 보이고 권력에는 관심이 없는 박정희만 보이는 것 같다. 그 인물에 겹쳐 이번 대선에 출마한 한 인간의 얼굴이 오버랩되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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