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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사. 지울 수 없는 마음의 빚

사람들

by 강물처럼~ 2010. 9. 28.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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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운동이랍시고 시작한지도 어느덧 17년의 세월이 흘렀다. 학생운동한 시간은 제하고도 17년이니 작은 시간은 결코 아닌 셈이다. 그 중에서도 노동조합활동을 본격적으로 하게된 화물연대 5년의 기간은 나에게 많은 것을 남겼고 또, 내 가슴을 아프게 한 시간이었다. 화물연대 상근을 하면서 3명의 동지를 열사라는 이름으로 떠나보냈다. 특히나 최복남 동지, 김동윤 동지는 개인적인 인연으로 인해 잊을 수가 없다.

내가 운동을 계속할 수 밖에 없는 몇 않되는 이유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열사들을 보내며 매 번 추모사와 추모시를 쓴 기억이 난다.

그때마다 이젠 두 번 다시 동지들의 추모글은 쓰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했었다.

마음속에 지울 수 없는 빚이다. 지금도 5월, 9월 그 때가 되면 왠지 모르게 몸이 먼저 반응을 한다.

내가 제대로 하고 있는 건지, 그냥 하루하루 시간만 보내고 있는 건 아닌지.....

그들이 보고 싶다.

 

 

 

 

 

 

故 박상준 동지여! 고이 가소서. / 2003년 5월 과천집회 추모사

 

 

한 남자가 있었습니다.

휘청이는 허리를 감싸쥔 채 꼭두 새벽부터 한밤중까지 고속도로에서 하루를 보내는 남자가 있었습니다.

남들은 그쯤이면 대리로 진급을 했다고 자랑을 합니다.

남들은 그 나이 쯤 대면 자그마하지만 집장만해서 아파트로 이사를 한다고 자랑을 합니다.

그런데 그것을 못하는 남자가 있었습니다.

한 달 내내 새빠지게 일을 해도 차량 할부 값 내고 나면 어린 자식 우유 값이 없어 말없이 눈물 흘리던 남자가 있었습니다.

한 달 내내 뼈 빠지게 일해도 남는 게 없어 하루하루 끼니 때거리를 걱정하는 사내가 있었습니다.

남들은 수출의 역군이라고 했습니다.

또 어떤 이는 산업의 대동맥이라고 했습니다.

그렇습니다. 고속도로에서 날밤을 세우고 하루에 수 십잔의 커피를 마시며 졸음운전을 하면서도

마음 한편에서는 경제의 대동맥 물류를 움직인다는 자부심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 일 입니까?

이게 웬 날벼락입니까?

바로 며칠 전 차량 할부 값 다 갚았다고 그토록 좋아하던 당신이었습니다.

화물연대 조끼를 입고 그토록 당당해 하던 당신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가셔야 합니까?

그런데 이토록 허무하게 가셔야 합니까?

 

남들처럼 사랑하는 아내와 자식들과 아침, 저녁 같이 밥 먹는 것이 그토록 소원이었던 당신.

남들이 주5일 근무 이야기 할 때, 그건 고사하고 아침, 저녁 정시에 출퇴근 한번 해보는 것이 그토록 소원이었던 당신.

그런데 이렇게 가셔야만 했습니까?

사랑하는 아내는 어이 살라고 어린 자식들은 어이 살라고

이렇게 가십니까?

가족들에게 남긴 것이라곤 8000만원의 빚뿐입니다.

누가 당신을 이렇게 만들었습니까?

누가 당신을 죽음으로 내몰아았습니까?

박상준 동지!

우리 모두가 죄인입니다.

우리가 당신을 죽였습니다.

우리가 하루라도 빨리 뭉쳤던들,

우리가 조금만 더 단결했었던들,

당신을 이렇게 허무하게 보내지 않았을 것입니다.

내일이면 과천에서 우리 조합원들이 다 한자리에 모입니다.

투쟁의 의지를 다지고 결의를 다져야 할 자리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오기로 뭉쳐진 주먹을 다시 한 번 불 끈 질 것입니다.

분노의 이빨을 앙 다물 것입니다.

당신을 죽음으로 내몬 놈들은 아직도 우리를 기만하고 있습니다.

당신을 죽음으로 내몬 놈들은 여전히 우리를 얕보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동지를 우리의 가슴에 묻습니다.

당신은 죽으면서도 화물연대 조끼를 벗지 않았습니다.

당신은 죽는 그 순간에도 동지들에게 투쟁을 당부했습니다.

이제 우리는 동지를 고속도로에 묻습니다.

동지여 고이 가소서.

우리가 흘릴 눈물은 밤새 하늘이 다 흘렸습니다.

동지의 유지대로 승리하는 그 날까지 끝까지 단결 투쟁하겠습니다.

그때까지는 분노의 눈물을 가슴속으로 흘릴지언정 슬픔의 눈물은 보이지 않겠습니다.

故 박상준 동지여! 고이 가소서.

당신이 이름은 자랑스런 화물노동자입니다.

 

 

 

 

 

최복남 동지 추모글 / 2003년 5월 최복남 동지 추모글

 

언론에서 우리를 폭도라고 합니다.

정부에서는 주동자를 색출해서 엄중 처벌하라고 합니다.

그러나 당신은 굴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앞장서서 투쟁의 최선두에 섰습니다.

얼마 전 불의의 교통사고로 인해 물적 심적으로 엄청난 고통을 겪으면서도 당신은 웃음을 잃지 않았습니다.

사측의 횡포로 인해 책임보험마저 실효가 되어 피해자 보상금 마저 마련하지 못해 말없이 눈물을 흘리던 당신이었습니다.

당신을 걱정하는 동지들에게 괜찮다고, 오히려 힘내라고 용기를 북돋아 주던 당신이었습니다.

당신은 언제나 낮은데로 임하여야 한다는 말을 신조로 삼고 활동해오셨습니다.

우스개 소리로 던지던 한마디, “쑤그리” 단순히 한 마디의 농담이 아니라, 언제나 낮은데로 임하자는말의 또 다른 표현이었습니다.

이제 당신의 그 모습을 더 이상 볼 수가 없습니다. 항상 웃는 얼굴로 우리에게 힘을 주던 당신을 이제는 더 이상 볼 수가 없습니다.

오늘 따라 유달리 비가 많이 내리고 있습니다.

박상준 동지를 떠나 보낸 지, 얼마되지도 않았는데, 우리는 또 한 사람의 소중한 동지를 우리의 가슴에 묻습니다.

동지영, 고이가소서.

이제는 착취와 억압이 없는 곳에서 편안히 쉬십시오.

동지의 뜻 이어받아 반드시 화물악법 철폐와 생존권 쟁취를 이뤄내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불러 봅니다.

최복남 동지여!!

 

 

 

 

 

 

다시 깃발을 들며 / 2005년 최복남 열사 추모제 추모시

 

 

오늘 우리는

한 노동자의 주검 앞에 서있습니다.

 

 

이 자본의 감옥에서

제 가족하나 보전할 생활비도 없이

마른 갈잎이 되어 쫓겨나야 했던 사람입니다.

이 땅에서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게 해 달라고

한 결 같이 기도하던 사람이었습니다.

 

 

별 볼일 없던 화물운송노동자였고

헐벗은 가장이었으나,

세상을 양심적으로 살기위해

 

 

자본의 협박과 탄압에 맞서

제 뼛조각만 들고 싸우던 사람

자본의 사슬에 묶여 노동자의 족쇄를 차고도

철그렁 철그렁 쉼 없이 내 딛던 불굴의 걸음이

자본의 탄압 앞에 가녀린 육신을 빼앗기고

빈 영혼이 되어 쫓겨났습니다.

 

 

아 아 동지여

이젠 뼛가죽만 남은 시신을 떠메고

우리는 다시 싸우러 가야 합니다.

살아남은 자들이 모여 땅을 치며

무거워진 영혼의 감지 못한 눈을 달래주기 위해

부르쥔 주먹을 들어 갈아 뭉개야 할 곳

 

 

살고자 그렇게도 애쓰던 그는 죽고

우리는 마른 눈물 자국으로 남아

그의 뼈 하나씩 빚내어 등가죽에 짊어지고 여기 섰습니다.

한사람의 노동자가 인간답게 사는 세상,

무너지지 않을 옹이 기둥을

향 대신 꽂아 영전에 무릎 꿇게 되는 날까지

우리는 그를 보내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김동윤 동지 추모글 / 2005년 9월 촛불추모제 추모사

 

어찌 그리 황망히 가십니까?

무엇이 그리 급해 가셨습니까?

사랑하는 두 딸이, 아내가

눈에 밟혀 어떻게 가실 수 있었습니까?

 

밥은 먹었는지, 학교에서 별일은 없었는지

아내에게 미안하다며, 그리고 사랑한다며

문자메시지를 보내시더니

어찌 그리 황망하게 가십니까?

 

마지막 결단을 앞두고

한말짜리 신나통을 바라모며

아버지로서 남편으로서, 그리고 자식으로

연민이 겹쳐 얼마나 망설이고 주저했습니까?

 

온몸에 붕대를 감고

죽음의 문턱을 오갈 때

어서 빨리 일어나라는 동지들의 마지막 말에

대답할 겨를도 없이

훌훌 그렇게 떠나셨습니까?

 

아직도 끝나지 않은 투쟁,

9월 10일 오전 10시

구름 한 점 없는 초가을 하늘은

저렇게 미치도록 푸른데

어디를 그렇게 바쁘게 가십니까?

 

화물노동자들의 가슴에 둘러쳐진 철조망 걷어내지 못하고

쓰라리고 아팠던 상처 남겨두고 어디를 가십니까?

 

인간으로 누려야 할 최소한 가치마저 짓밟히고

젊은 배차계 직원의 눈치를 보며 가슴 졸이던 시간

날로 오르는 기름 값에 비해

쥐꼬리 같은 운송료를 손에 쥐고

한 숨 쉬던 나날 들

 

인가능로 살고 싶었던

노동자로 일어서고 싶었던 꿈

기계처럼 말 못하는 노예처럼 버려졌던

인간의 외침이 남아 있어

 

화물연대가 출범한 것을,

화물노동자들이 뭉치게 된 것을

그토록 기뻐하던 당신이었습니다.

 

그런데,

빼앗기고 매맞고 짓밟히면서

견딜 수 없었던 모멸감에 스스로 못난 인생이라고

자학하며 견뎌왔던 세월들을

어떻게 그렇게 한꺼번에

천지가 개벽하듯 벗어 던질 수 있었습니까?

 

노동조합을 만들고 단 하루도 벗을 수 없었던 투쟁조끼

그 투쟁조끼가 동지가 가는 길에 마지막 벗이 될 줄

그 누가 알았겠습니까?

 

너무 슬퍼하지 마십시오.

이제 상복을 벗고

투쟁조끼로 갈아입을 때입니다.

 

우리가 흘릴 것은

가슴으로부터 저며 나오는 눈물만이 아닙니다.

우리의 분노는

저 악날한 자본과 정권에 대한 것만은 아닙니다.

 

너무 슬퍼하지 마십시오

이제 상복을 벗고

투쟁의 붉은 머리띠를 다시 묵을 때입니다.

 

인간답게 살기 위해 화물연대를 만들었고

단 하루도 투쟁조끼를 벗어 본 적이 없었던

김동윤 동지

 

2003년 5월 총파업 때처럼

동지들과 함께 승리의 노래를 부르먀

자본의 철옹성 같은 바리케이트를 뚫고

승리의 노래를 부를 때까지

슬퍼하지 마십시오.

 

이제, 이제

우리가 상복을 벗고 투쟁 조끼로 갈아입겠습니다.

 

이제, 우리가

투쟁의 붉은 머리띠를 다시 한 번 동여매겠습니다.

 

 

 

 

 

 

아, 동지여!!  / 김동윤 열사 추모시

 

 

너무도 화창한 주말 아침

신선대 부두 한 켠에

아름다운 별 하나

붉은 피를 토하며 떨어졌네.

 

 

허나

우리의 동지가 달려가기 전까지

신선대 직원도, 주위에 있던 사람들도

모두가 외면해 버렸지.

 

 

 

김동윤 동지!

너무 미안하구나

얼마나 아프고 얼마나 괴로웠나?

 

 

그 울부짖음이

밤마다 귓전을 때려

분노의 함성이 되어

우리들의 가슴을

가슴을 쥐어 뜯는다.

 

이제

그대의 넋이 하나의 그림자 되고

동지들이 영원히 함께 할지니

그대의 소중한 뜻은 우리의 기표가 되어

우리의 나갈 길을 일러 주고 있네.

 

 

이 피비린내 나는

착취와 억압의 세상을

우리가 엎어 버리겠네.

 

 

반드시 우리의 생존권과 노동기본권을

쟁취하겠노라 다짐하네.

 

 

아! 김동윤 열사여!!

이제는 평등, 평화가 넘치는 해방의 하늘나라에서

못다 핀 꿈, 마음껏 펼치시게나.

아! 울고 있는

우리들의 아픔이여.

우리들의 넋이여.

우리들의 혼이여.

 

 

김동윤 열사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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