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지를 수원으로 옮기고 난뒤, 작년 하반기 내내 일에 파묻혀 살았습니다.
어쩌다 쉬는 휴일에도 그저 집에서 휴식을 취하기에 급급했죠.
그러다 보니 블로그 관리도 거의 신경을 못썼네요.
신년초, 간만에 여유가 생겨 집 인근에 있는 수원 지동 벽화마을을 다녀왔습니다.
집에서 지척의 거리인데도 여유가 없다보니 몇달만에 가보게 되었네요.
수원지동벽화마을은 화성 창룡문인근에 있습니다. 창룡문 주차장에서 성곽을 끼고 내려모면서 골목을 둘러봐도 되고,
수원 제일교회를 찾아와서 창룡문 방향으로 내려와도 골목골목에서 벽화를 만날 수 있습니다.
지동벽화마을은 노인들이 도시빈민, 이주노동자들이 밀집해 거주하고 있는 지역입니다.
이곳이 이렇게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이 사는 이유가 있습니다.
그것은 법이 그 지역자체를 옭아매고 있기 때문입니다.
수원화성과 맞닿고 있는 지동마을은 한국전쟁 당시부터 피난민들이 모여 살았던 마을입니다.
그러다보니 마을 주민들은 그닥 넉넉하지 않은 삶을 살았습니다.
피난민들이 모여 살던 마을은 대개 조금씩 형편이 나아지면 아파트가 들어서거나 도시 재개발이 이루어지는데,
이곳 지동마을은 전혀 그렇지가 않았습니다. 이유는 바로 지동마을과 맞닿은 수원 화성 때문입니다.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화성 성곽 500m 이내는 대규모 아파트단지와 같은 재개발이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그래서 형편이 나아지는 주민들은 지동마을을 떠나 도심지로 들어갔고, 지동마을은 상대적으로 소외돈 주민만 남게 된 것입니다.
침울하고 정체됐던 마을에 생기가 돌기 시작한 것은 2011년 마을 르네상스의 일환으로 시작된
지동벽화 그리기 프로젝트 때문입니다. 벽화를 그리기 시작하면서 마을에 활력이 넘치기 시작했습니다.
지동벽화마을의 가장 큰 특징은 그림 대부분이 자원봉사자나 동네[주민, 또는 동네아이들이 그린 그림이라는 점입니다.
화가들의 재능기부나 돈을 주고 그림을 그려주는 미술대학 학생들이 그린 그림은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인지 그림들은 투박하고, 촌스럽기도 하면서 화려하지도 않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관광객 위주의 흥미로운 그림보다 그곳에 사는 마을 주민이 질리지 않고
늘 볼 수 있는 벽화그리기라는 목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벽화중에 아기를 업은 할머니가 나오는데 벽화입니다. 바로 실제로 이곳에 있는 지동슈퍼의 주인 할머니십니다.
낡아빠진 간판과 함께 아기를 업은 할머니의 고단한 삶이 벽화에 그대로 묻어 나오는 모습을 발견한 순간,
지동벽화마을은 어떤 외형적인 아름다움이 아니라 소외된 마을의 삶을 여과없이 보여주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닥 화려하진 않지만 진솔함이 묻어나는 곳,
지동벽화마을 그림에는 지동마을만의 이야기가 살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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